최종 대학을 결정해서 보내야 하는 SIR (Statement of Intent to Register)의 마감일이 지나고, 이제 길고도 길었던 대학 입시가 끝난 이 시점에서 자녀가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서 가장 마음에 남는 단 하나는 부모님의 격려와 지지여야 합니다. 대학 입시는 이제 끝이 났지만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계속 이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고등학교 4년을 보내면서 그리고 특히 11학년과 12학년때에 자녀가 부모님께서 원하는 학교를 안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부모님 생각에 전혀 비전도 없는 전공을 하겠다고 하니 졸업해서 직장도 못 잡을 것 같은데 하는 걱정으로 아직도 부모님과 자녀들간에 신경전이 날카로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부모님의 생각을 자녀에게 억지로 강요하는 것 만큼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멀어지게 하는 것이 없습니다. 지금부터 자녀가 대학에 가기전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의견 충돌로 허비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혹시 자녀가 부모님 보시기에 뻔히 후회를 할 선택을 하겠다고 하면 말싸움을 시작하실 것이 아니라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자고 하시는 것이 더 좋을 듯 싶습니다. 이 나이 때에는 부모님의 말씀은 들어보지도 않고 No라고 하면서 선생님이나 상담사가 하는 말은 잘 따르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그러고 나서도 자녀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을 때에는 그럼 네 소신대로 해보라고 일단 해보시면 나중에 자녀 스스로가 방향을 바꿀 수도 있고, 대학 선택이 잘못 됐다면 다른 대학으로 편입을 할 수도 있습니다. 대학을 결정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결정에 도달하는 과정입니다. 학생들 스스로가 자신의 결정에 책임을 질 줄 알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도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많이 있을텐데, 그 때마다 부모님께서 결정을 내려주실 수는 없습니다. 결정을 내리기 전에 자신의 주변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수용하고, 그 정보 안에서 스스로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때론 그 결정이 최선의 결과를 가져 오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 결정 때문에 손해를 봤다면 스스로가 책임을 지고 그 손해를 최소로 줄일 수 있는 대책을 세울 수 있는 법도 배워야 합니다. 이런 과정이 어떤 대학에 어떤 전공으로 들어갔는가 하는 것 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대학이라는 인생의 중요한 기로에 서서 자녀들이 새로운 걸음을 내딛는 바로 이 때, 내 부모님은 나의 결정을 믿고 지지해 주시는구나 하는 자신감을 가질수 있도록 격려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