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칼리지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4년제 대학으로 편입을 하겠다고 찾아오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이 학생들이 찾아오면 저는 참 반갑습니다. 대부분 나름의 사연이 있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고등학교때 갑자기 부모님 경제 사정이 어려워 져서 대학진학을 못하고 커뮤니티 칼리지를 가게 된 학생도 있고, 대학에 갔다가 여러 사정으로 인해 제대로 끝까지 졸업을 못하고 방황을 하다가 다시한번 기회를 갖겠다고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커뮤니티 칼리지를 간 학생도 있습니다.

어느날 정장을 멋있게 차려입은 낯익은 청년이 저희 사무실에 찾아 왔는데, 한 2년전쯤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편입을 한 학생이었습니다. 연락도 없이 왠일인가 하고 물었더니, 방금 대기업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바로 왔다고 했습니다. 이 학생을 처음 만난것은 고등학교 11학년 때 였습니다. 그때 한참 사춘기가 들어서 대학 생각도 없고 고등학교만 겨우 졸업해서 패스트 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했었습니다. 어머니 혼자서 키우고 계셨는데 이것저것 다 상황들이 힘들다고 느껴졌는지 다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었던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학생들을 지도한 경험에서 보면 이런 학생일수록 마음이 여리고 약한면이 있습니다. 마음이 독한 학생들은 어떻게든 뚫고 나가려고 하는데, 착하고 순진한 학생일수록 힘들다고 생각 되면 포기하고 싶어 지는 것 같습니다.  이 학생도 잘 격려해 주어서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새로 시작해 보자고 의욕을 복돋아 주고나니, 한학기가 지날 수록 힘들지만 해 보겠다고 용기를 내었고, 아주 훌륭한 성적은 아니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너무 이뻐 보였습니다.  2년 후에 에세이와 원서도 저와 함께 성실하게 준비해서 UC Davis에 들어 갔습니다. 어찌나 기뻐 하던지, 이제는 됐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첫 학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홀로 돌봐주시던 어머니가 사고로 갑자기 돌아 가시게 되었습니다.  마음이 여린 이 학생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학교를 포기하겠다고 했습니다. 저도 참 안타까워서 어린 아이를 달래듯이 그럼 제일 어려운 과목만 빼고 어떻게든 학기 말까지 꾸려 가자고 하고, 그 뒤로 한학기, 한학기씩 차근차근 해나가다 보니 저도 모르는 사이에 무사히 졸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삼성과 현대같은 대 기업에서 신입사원 인터뷰를 하고나니  제 생각이 났다고 하면서, 맥도날드에서 햄버거 구울뻔한 자기가 이제 대기업에 취직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참 제 마음이 벅차 왔습니다.  힘든상황을 이겨내고 이렇게 우뚝선 학생들을 보게되는 이 직업이 저는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