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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아시아 미술관(Asian Art Museum of San Francisco)

MorningNews 0 2,717 2021.08.18 01:53

미국 내 최초로 선보이는 한국 초상화 특별전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은 한국의 초상화를 주제로 한 특별전, 《그리며 기리다: 한국의 초상 예술 Likeness and Legacy in Korean Portraiture》을 2021년 8월 27일부터 11월 28일까지 개최한다. 이 전시는 한국의 뛰어난 전통 초상화 초본과 완성 정본을 포함하여, 창의적인 설치 작업, 회화 등의 현대 작품을 소개한다. 이와 함께 조선시대(1392~1910) 유교 성리학 사상부터 오늘날의 셀카 문화까지 다양한 주제를 아우른다.

이번 특별 전시의 주요 작품은 미술관 소장품인 <분무공신(奮武功臣) 초상 초본(밑그림)>이다. 분무공신은 조선의 21대 왕이었던 영조(1724~1776) 즉위 4년인 1728년에 일어난 무신의 난을 평정하여 공을 세운 15명의 공신을 일컫는다. <분무공신 초상 초본>은 당대 공신 초상화에 쓰인 기법과 세밀한 인물 묘사 등의 특징을 보여주는 귀중한 연구 자료다. 조선시대 초상화는 유교 성리학 사상의 영향으로 인물의 얼굴 생김새 뿐만 아니라 그 내면까지도 담아내고자 했다. 분무공신의 초상화에도 그 당시의 초상화 기법과 형식을 따르면서 공신의 표정과 개성이 사실적으로 표현된 것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여덟 점의 초상화 초본은 1751년 작품으로, 1728년에 분무공신 초상화가 처음 제작되고 23년 후 궁중에서 동일 공신들의 초상화를 새로이 그릴 것을 의뢰해 만들어졌다. 1751년에 살아있던 공신의 경우, 노년의 모습으로 초상화가 새로 그려져 이전 초상화와 비교했을 때 얼굴에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1751년 이전에 사망한 공신들은 과거에 제작된 초상화를 바탕으로 초본이 제작되어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는 인물의 모습이 재현되어 있다.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의 한국미술 담당 김현정(Hyonjeong Kim Han)큐레이터는 이번 전시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그리며 기리다: 한국의 초상 예술》에서는 과거의 전통 방식으로 그려진 초상화 초본과 이를 비단에 옮겨 그려 완성한 정본 초상화를 비교 감상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한국 작가들과 한국계 미국인 작가들의 현대 초상 예술을 함께 만나볼 수 있어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의 초상 예술이 개인 혹은 사회 정체성과 문화유산을 확립하는 데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그리고 그 역할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아울러 초상화가 개인과 집단 간의 경계를 어떻게 넘나드는지, 특히 한국 문화와 현대사라는 넓은 관점에서 초상 예술과 그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2012년에 보존처리를 거친 <분무공신 초상 초본>은 그 자체로 뛰어난 예술 작품으로, 단순한 밑그림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이 초상화 초본은 조선시대 초상화의 특징은 물론, 당시 초상화의 제작 과정과 화가들의 실험 정신을 보여주는데, 특히 초본에 사용된 ‘배채(背彩)’ 기법을 확인할 수 있어 더욱 의미가 크다. 배채 기법은 뒷면에 색을 칠해 색이 앞면에서도 은은하게 색이 드러나도록 하는 기법인데, 주로 초상화 비단 정본에 사용됐다. 

이렇게 완성된 초상화 정본은 왕실에 한 부씩 보관했으며 공신의 가문에도 한 부씩 보내어 왕실 의식과 조상을 기리는 가문의 제사 등에 사용하게 했다. 《그리며 기리다: 한국의 초상 예술》에 전시되는 근대와 현대 미술 작품에서도 이러한 조상 숭배 문화와 유교 전통이 미묘하게 남아 있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조선시대 미술과 현대 미술을 잇는 근대 화가 채용신(1850~1941)은 서병완과 남원 양씨 부부의 전신 초상화(1925년 작, 서울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소장)에서 더욱 자연스러운 인물과 배경을 묘사하여 한국 초상화의 더 넓은 지평을 열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여덟 점의 현대 작품 중에는 세계적인 설치미술 작가 서도호(1962~)의 1997년 작 사진 시리즈 <High School Uni-Face: Boy>와 <High School Uni-Face: Girl>도 포함되어 있다. 서도호는 교복 자율화가 시행되기 전, 한국의 고등학교 졸업 앨범 속 학생들의 무수한 이미지를 디지털 기법으로 겹쳐 하나의 ‘일반적인 남학생, 여학생 얼굴상’을 만들었다. 

그는 이 두 작품에서 제도에 순응할 것을 강요하는 사회 속에서 개인이 느낄 수 있는 압박감을 은유적으로 나타냈다. 또한 유치원 시절부터 예비군 시절까지 작가가 입었던 여러 교복과 군복의 복제품을 나란히 진열한 2006년 작품 <Uni-Form/s: Self-Portraits/s: My 39 Years>에서, 작가는 얼굴 묘사를 강조하는 전통적 초상 예술의 틀을 깨고 얼굴 없는 초상 예술을 선보였다. 이를 통해 사회체제에 의해 선택의 여지없이 같은 경험을 공유해야 했던 집단 정체성을 개인 정체성에 연관 지어 인상적으로 표현했다.

 《그리며 기리다: 한국의 초상 예술》 전시에서 주목해야 할 작가로 윤석남(1939~)을 빼놓을 수 없다. 윤석남은 정식으로 미술 교육을 받은 적은 없지만 1980년대부터 한국 예술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작가로, 본 전시에서는 그의 설치 작업 및 회화 작품을 소개한다. 한국 여성주의 미술의 대모라 불리는 윤석남은 페미니즘의 색채가 두드러지는 작품을 통해 여성이 역사와 문화에 얼마나 큰 공헌을 했는지를 알려왔다. 

작가는 버려지거나 우연히 발견된 물건과 폐목을 재구성하여 역사와 사회에 의해 ‘버려진’ 이들의 자화상을 다차원적으로 표현한다. 본 전시에서는 남겨진 초상화가 없는 역사 속 여성들, 16세기 조선시대 시인 허난설헌(1563~1589)과 기생 이매창(1573~1610)의 초상화 작품을 선보인다. 윤석남은 영원히 역사에서 기억될 여인들의 모습을 상상하고 그들의 강인한 내면을 이 두 작품에 투영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두 한국계 미국인 작가의 작품도 소개하고 있다. 류영준(Young June Lew, 1947~)의 회화 작품과 이아리(Ahree Lee, 1971~)의 비디오 작품은 정보화 시대의 집단 정체성을 현대적 해석을 담고 있다.

 바버라 배스 베이커(Barbara Bass Bakar) 기금 아시아 미술관 관장인 제이 슈(Jay Xu)는 “우리 미술관은 1989년에 미국 최초로 한국 미술과 문화를 연구하고 선보이기 위한 전문 큐레이터직을 신설했습니다. 이번 전시 《그리며 기리다: 한국의 초상 예술》에서처럼, 우리 미술관은 한국 미술을 계속 연구해 나가며, 관람객들에게 한반도의 풍부한 문화예술 유산을 소개하고, 과거 그 어느 때보다 가장 중요한 화두인 ‘개인과 사회, 그 관계와 가치’에 대한 대화의 장을 열어갈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전시 연계 행사로 2021년 9월 11일에 학술 심포지엄, 10월 7일 윤석남 작가와 이아리 작가와의 대화, 그리고 11월 2일 초상화 보존, 복원 관련 프로그램이 예정되어 있다. 온∙오프라인 프로그램의 일정과 예약 등 관련 사항은 미술관 홈페이지에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전시 도록(영문)

이번 전시를 위해 아시아 미술관은 새로운 영문 도록을 제작했다. 김현정, 이수미, 이경구, 로빈 에스레슨(Robyn Asleson)의 독창적 연구와 글이 실려 있는 총 80페이지의 도록은 미술관 뮤지엄 스토어(전화 415.581.3500)나 웹사이트 (https://store.asianart.org/)를 통해 구입($19.99) 할 수 있다.

 전시 기획 및 후원

《그리며 기리다: 한국의 초상 예술》 전시는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이 기획하였다. 본 특별전은 수노 케이 오스터와이즈(Suno Kay Osterweis) 추모 기금 및 한국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과 설화수(Sulwhasoo), 최해건(Hagen Choi) 위원장, 아키코 야마자키와 제리 양 특별 전시 기금(The Akiko Yamazaki and Jerry Yang Endowment Fund for Exhibitions)에서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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