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만(驕慢)
해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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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4 02:08
성경은 인간이 범하는 죄악 중에 가장 치명적인 죄로 교만을 지적합니다. 이사야는 교만을 피조물이 창조주의 자리에 앉아 주인 노릇 하는 것에 비교한 바 있습니다 (사14:14). 바벨탑의 무모한 도전이 이를 상징적으로 잘 보여준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유한하고 범죄하기 쉬운 자기 자신이 모든 것의 중심이 되면, 하나님과의 관계는 물론이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사랑으로 포용하고 돌보려는 마음 보다 판단과 혐오감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불완전한 자신의 기준에 따라 모든 것을 정하려고 하면, 공평과 정의 보다 편견과 불의가 나타나게 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예수님의 복음 사역에 유대인들이 분노한 이유도 같은 이유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자신들만이 하나님의 택함 받은 백성이라 믿어 왔었는데, 예수께서 이방인들에게까지 구원의 은혜를 베푸시려 하자 이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입니다. 하나님의 한량없는 사랑을 생각했다면, 충분히 납득 가능한 이야기였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오히려 예수님의 태도가 자신들을 우롱하고 배반한 것이라고 간주해 버렸습니다. 예수를 벼랑 아래로 밀쳐 죽이려 할 만큼 이성을 잃어버린 공격적인 태도를 보여주기까지 한 이유입니다. 교만(驕慢)이란 말의 뜻처럼, 스스로 높아지려는 생각으로 가득 차 그 누구의 말도 들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입니다. 그래서 일까요? 자기로 가득 차 닫혀 버린 그들의 마음 문이 열리기를, 주님은 지금도 문 밖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