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존재

해초 0 361 03.21 18:02
지혜의 말씀인 전도서의 내용 중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내가 다시 해 아래에서 보니 빠른 경주자들이라고 선착하는 것이 아니며 용사들이라고 전쟁에 승리하는 것이 아니며 지혜자들이라고 음식물을 얻는 것도 아니며 명철자들이라고 재물을 얻는 것도 아니며 지식인들이라고 은총을 입는 것이 아니니 이는 시기와 기회는 그들 모두에게 임함이니라 분명히 사람은 자기의 시기도 알지 못하나니 물고기들이 재난의 그물에 걸리고 새들이 올무에 걸림 같이 인생들도 재앙의 날이 그들에게 홀연히 임하면 거기에 걸리느니라” (전 9:11-12) 한마디로, 세상 만사가 인간의 뜻이나 능력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현실 자각이라 할 만한 고백입니다. 그만큼 현실은 한계가 뚜렷한 불안전한 세상이라는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회개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우리의 뜻과 능력대로 이루어질 것이라 믿는 현실을 더이상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시선의 변화에 가깝다고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인간의 능력으로는 한계가 명확한 현실을 깨닫는 것에서부터 믿음의 여정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도로테 죌레(Dorothee Sölle)라는 여성 신학자는 현대인들을 가리켜 ‘고장난 존재’라고 부른 바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당신의 형상을 닮게 완제품으로 창조하신 인간이 언제부터인가 고장 난 상태로 살고 있다는 거에요. 그 이유는 스스로를 주인으로 삼아,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인간의 교만으로 어그러진 시선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시선이 어그러진 것은 만물의 기준이 되어야 할 하나님의 말씀에서 벗어난 착각 상태를 뜻합니다. 그 결과 하나님 보시기에 완벽했던 현실 세계도 고장 난 것처럼 불완전한 모습이 되어버렸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회개’만이 살 길이라고 거듭해서 강조하실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완전하신 하나님의 말씀으로 돌아가, 그 뜻대로 살아가지 않는 한 인간이 살아가는 현실의 삶은 모순 투성이 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유한함을 인정하고, 완전하신 하나님 앞에 모든 것을 맡기고 따르는 믿음이 없이는, 고장 난 세상을 고쳐서 완전하게 회복시키는 일은 요원한 희망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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