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의 역설

해초 0 778 2022.03.04 15:28
범죄자 교육과 상담을 전공한 일본의 사회학자인 오카모토 시게키(岡本茂樹) 교수는 <반성의 역설>이라는 그의 책에서 이런 말을 한 바 있습니다. “잘못을 저지르고 반성하는 것은 상식이지만, 잘못을 저지른 후 바로 반성하는 사람은 지극히 드물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못이 발각된 직후 반성에 앞서 후회를 한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인간의 심리다. 그런 점에서 잘못을 저지른 이들을 억지로 반성시키면 그들은 더욱 그릇된 길로 빠지기 쉽지만, 반대로 반성을 강요하지 않으면 오히려 자발적으로 반성하게 된다.” 그의 말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진정한 반성은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는 많은 범죄자들을 상담하면서 강요된 반성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오히려 거짓된 회개를 하는 경우가 더 많더라는 겁니다. 실제로 강력한 법적 제재가 사람들을 교화시키는 최선의 방식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은 많은 연구결과에서도 밝혀진 바 있습니다. 

그런 이유에서, 오카모토 교수는 자기 스스로가 성찰하며 반성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오히려 사람을 갱생 변화시키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신앙생활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밖에서 아무리 강요하고 설득한다해서 신앙 생활이 저절로 바뀌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매주 예배에 참석해서 설교를 듣고, 신앙 훈련을 통해 가르침을 받아도 자기 스스로 참회하고 깨닫는 변화가 없이는 신앙 생활도 늘 성숙해지지 못하고 어느 한 지점에서 맴돌기 마련이라는 거에요. 신앙도 자기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 없이는 자라나기 어렵습니다. 반성은 결국 시선의 문제입니다. 자기 자신을 보는 것이지요.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본다고 생각해 보세요. 신앙은 하나님의 말씀을 거울 삼아 자기 자신을 비춰보는 반성입니다. 그것이 바로 신앙인이 늘 점검하며 갖추어야 할 시선의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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