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에

해초 0 1,156 2022.02.06 03:16
우리가 잘 아는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물이 포도주로 변하는 표징에 대해 사람들이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변화의 즉각성입니다. 물이 포도주가 되는 질적인 변화는 오랜 시간에 걸친 효소 작용을 통해 일어날 수 있는 현상입니다. 하지만 가나 혼인잔치에서 예수님이 행하신 표징은 그 자리에서 즉각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변화되어야 할 우리의 모습은 시간과 함께 연륜이 쌓이듯 나타나는 묵은 신앙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그리스도를 통해 새로운 피조물로 거듭나는 일은 "바로 지금 여기에서" 이루어져야 할 완전한 변화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낡은 습관을 벗어 던지고,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존재가 되는 일은 "때와 장소를 봐가며" 기분 내키는대로 해야 할 일이 결코 아니라는 것이지요.

오래 전 한 모임에서 강사 목사님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여 살아있는 교회와 성도가 되기 위해서 피해야 할 한가지 습성을 주장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말에 “왕년에”라는 그 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겁니다. 영어로는 “used to be”라고 해서, '예전엔 이랬지'라는 과거지향적 언행을 지칭한 말입니다. 여전히 예전에 자신이 했던 방식이나 좋았던 순간을 떠올리며, 새로운 시대를 수동적으로 준비하거나 오히려 저항한다면,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시대적 변화에 상관없이 율법의 전통에 집착했던 유대인들이나 타락의 길인 것을 알면서도 말씀안에서 변화하려 들지 않았던 이방인들의 모습과 다를 바 없습니다. 옛 과거의 명성이나 화려했던 순간 조차도 하나님의 뜻이 아니면 변화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그것도 즉각적으로 말이지요. 교회의 모습이 딱 그와 같아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핏값으로 세운 하나님의 집에서  ‘왕년의 추억 팔이’ 보다 중요한 것은 즉각적인 변화입니다. 그리스도의 능력으로 물이 포도주로 변하듯, 새로운 피조물로 변화되는 역사가 날마다 바로 그 곳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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