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전병원

해초 0 965 2021.12.22 10:31
교회란 무엇인가? 이에 대해서는 참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정의를 내린 바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전쟁터에서의 ‘야전병원’ 같은 곳이라고 교회를 표현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이 저에게는 꽤 인상 깊게 남아 있습니다. 야전병원은 부상 당한 군인을 치료하는 곳입니다. 그곳에서는 전쟁으로 인해 상처 입은  군인이라면 누구나 치료의 대상입니다. 병원에 오는 이가 누구이든 상관없이 야전병원은 사람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전력을 다해 치료합니다. 계급이나 소속이 아니라 오직 생명만이 관심의 대상일 뿐입니다. 상처받은 영혼을 구원하는 일에 매진하는 것은 교회에도 똑같이 주어진 사명입니다. 교회의 문턱을 넘어 오는 이라면 누구든 그의 영혼을 살리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상처 입은 영혼을 감싸안고 치유하는 사명이라는 점에서 야전병원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인 까닭입니다. 실제로 세상을 전쟁터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쟁 같은 세상을 살면서 입은 상처를 안고 사람들이 치유를 위해 교회를 찾아 간다는 것이지요. 여전히 교회를 세상으로부터 상처받은 영혼들의 치유와 회복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교회의 사명이 완수되는 것은 아닙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은 “사회 속에 교회를 심어야 한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교회가 상처 입은 이들의 고통과 아픔을 치유하려면, 막연히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 속에 한 발 더가까이 다가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성탄의 의미도 우리의 막연한 기다림이 아니라 구원을 위해 적극적으로 찾아 오신 그리스도의 사랑에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따라서 무작정 찾아오기를 기다리기 보다, 먼저 그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그 곁에 다가가 머물러 주라는 거에요. 그것이 바로 야전병원처럼 생명을 살리는 교회의 본분을 다하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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