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교회다

해초 0 911 2021.12.01 07:11
많은 교회가 비대면으로 예배와 모임이 지속되는 상황을 우려하는 데에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교세가 계속해서 줄어들 것을 염려한 것이지요. 그것도 한시적인 영향력이 아니라 영구적인 현상이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표출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성장 중심의 교회가 가진 폐단이 이번 기회에 사라져야 한다며 비판적인 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문제의 핵심은, 모이기에만 힘쓰는 교회도 아니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편리 만을 추구하며 교회를 멀리하려는 성도들도 아닙니다. 만일 대면으로 모일 수 없는 환경이더라도, 교회가 교회의 역할을 다하고 성도가 성도로서의 책임을 다한다면 그 누구도 모임의 방식을 문제 삼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교회를 모이는 곳이라고만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천지의 창조주이시며 구원자이신 하나님을 예배하고, 믿음의 식구로서 성도들이 교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교회는 흩어지는 소명을 받은 공동체이기도 합니다.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손과 발이 되는 것이지요. 교회는 주님의 마음으로 서로를 섬기며 사랑으로 열매 맺는 일에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교회는 돌로 만든 건축물이 아니라, 우리가 서 있는 그 자리요, 나아가 우리 자신이 바로 교회여야 합니다. 빛을 찾기 위해 교회를 찾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빛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교회도 빛이 나는 것이고, 우리의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빛이 비출 수 있는 법입니다. 전례없는 혼돈의 전환기 앞에서, 교회가 무엇을 해 줄 것인가를 물을 것이 아니라, 우리가 교회라는 신념을 먼저 회복하여 세상의  빛과 소금의 본분을 지켜 나갈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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