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다 주님의 은혜

해초 0 1,010 2021.11.09 15:25
성서 안에서 우리는 그윽한 은혜의 향기가 묻어나는 수많은 동행의 발자취를 발견합니다. 안티옥 교회의 사도들도 그 중 하나입니다. 사도행전 13장 1절에 보면, 다섯 명의 사람이 거론됩니다. 먼저 바나바는 유력 가문출신의 레위인으로서 안디옥교회를 담임하고 있던 사람입니다. 다음으로 니게르라 하는 시므온은 인물에 대한 명확한 언급이 없지만, ‘니게르’ 즉 ‘검다’라는 표현으로 보아 흑인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인종차별이 심했던 유대인의 눈에 그는 분명 비천한 노예 신분 정도로 비추어졌을 지도 모를 인물입니다. 세번째로 구레네 사람 루기오는 특별히 내세울 것이 없었던 무명의 인물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네번째로 분봉왕 헤롯 안티파스의 젖동생 마나엔은, ‘젖동생(쉰트로포스)’ 즉, 한 어머니의 젖을 먹고 자라난 형제 혹은 죽마고우라는 표현으로 보아 분명 헤롯과 같은 지배계층에 속한 사람이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 역시 유대인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을 핍박하던 지배세력의 일가로 증오와 타파의 대상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이 바로 바울로 개명하기 이전의 사울입니다. 그 역시 회심하기 이전에는 교회를 핍박하는 데 앞장 선 가해자의 신분이었습니다. 이처럼 너무나 다른 환경과 배경 속에서 살아왔던 이 사람들이 주님의 교회를 이룬 구성원으로 성경에 거명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입니다. 무엇이 이토록 공통점을 찾아 보기 힘든 사람들을 함께 동행의 길로 인도할 수 있었던 것일까요? 서로 가진 것을 통용하며 성도의 교제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주님의 은혜가 아니고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그리스도의 말씀 안에서 서로가 합심하여 한 몸 된 교회 공동체를 세우라는 부르심 만이 서로 다른 그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연결점이 되어 주었던 것입니다. 남녀노소와 빈부귀천, 인종과 문화를 초월하여 모두가 주님의 교회를 세우는 길에 동행하게 된 까닭입니다. 이것이 혼돈과 핍박으로 낙망한 시대에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다 주님의 은혜를 빼놓으면 설명할 수 없는 놀라운 하나님의 역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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