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 더 가까이

해초 0 1,699 2021.08.20 19:44
몇 해 전 어느 교회의 부흥회에 말씀을 전하러 오신 목사님이 개인적으로 만나보았으면 좋겠다고 해서, 예배에 참석하러 간 일이 있었습니다. 예배당에 들어가기 전에 교회 화장실을 잠시 들렀는데, 재미있는 문구 하나가 화장실 벽에 붙어있는 것이었습니다.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오세요” 남성용 소변기 위에 붙어있는 글귀였습니다. 예배당 앞에 서 계신 그 교회 장로님에게 그런 문구를 붙여 놓은 이유에 대해 물으니, 한 걸음 더 가까이 서서 용변을 보면 바닥이 더러워지지 않을 것 같아 그런 것이라고 대답해 주시는 것이었습니다. 거기에 하나님 앞으로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 가자는 신앙적 의미도 담겨 있는 것이라며 자랑스럽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럴듯한 장로님의 해석에 저도 쉽게 설득되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그날 여러 일로 하루 종일 바쁘게 보내는 통에 몸은 아주 녹초가 되어 있어서, 속으로는 맨 뒷자리에 조용히 앉아 예배를 조금은 편하게 드리고 싶다는 유혹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그분의 설교를 평소에 탐탁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았던 터라,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가 아니라 그저 저를 초대한 그 분에게 최소한의 예의만 지키자는 심정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화장실의 문구에 대한 장로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마음에 찔림이 생겨서 생각을 고쳐 먹고 맨 앞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예배 중에 어디에 앉아 있는지는 부차적인 문제일 뿐입니다. 예배에 참여하는 마음이 더 중요하지요. 뒤에 숨어 있으려 다, 앞으로 나가 앉기로 마음가짐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변화를 느낄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그날 따라 그 분의 말씀에서 하나라도 은혜를 받고자 집중하다 보니 이전에는 별 것 없어 보이던 그 분의 설교에서도 제게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 가니, 바닥에 떨어지는 것 없이 말씀의 은혜로 제 마음이 풍성해 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결국 자기 받을 복은 말그대로, 자기 하기 나름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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