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의 셈법

해초 0 1,196 2021.06.12 08:00
'셈한다'는 의미를 가진 영어의 'Calculus'라는 낱말은 본래 '작은 돌'이란 뜻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인류의 발달 초기에 사람들이 무언가를 셈할 때 작은 돌을 사용한 데서 그 말이 연유한 것입니다. 원시 신앙의 형태를 보면 셈을 하듯 돌을 쌓아 올리는 일이 정성과 신실함을 요하는 제사 형식으로 발전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돌 하나를 셈하며 쌓아 놓을 때마다 자신의 마음과 몸이 가지런히 정돈되면서, 마음도 하나로 모아지는 것을 경험하곤 했던 결과입니다. 만일 심신을 집중하지 못하면, 돌 하나하나를 쌓아 올리는 일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이유로 예전에는 셈한다는 말의 의미를 육신과 정신을 하나로 묶어 준다는 뜻과 동일시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에 우리말의 셈은 신체의 특정 부분과 밀접한 연관성 속에서 어원이 발전되어 왔습니다. 바로 손입니다. 우리 말에 일에서 열까지 수를 세는 데 다섯과 열이란 단어가 있습니다. 다섯은 닫는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손가락 다섯 개로 셈을 하고 모은 뒤 주먹을 쥐는 모양을 하면 편 손을 닫는다 하여 다섯이라 불렀습니다. 반대로 육부터 하나씩 펴나가기 시작해서 십이 되면 오므린 손가락 모두를 편 모습이 됩니다. 열은 손가락이 모두 열려 있는 모양이라 해서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셈을 하는 것을 단순한 숫자의 열거가 아니라 열림과 닫힘을 결정하기 위한 행위로 판단한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은혜를 세어 보는 행위는 우리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온전히 집중하는 모습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마음의 문을 열고 하나님의 손길을 체험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받은 은혜를  수치로만 매기려 들지 말고, 마음의 오픈 여부를 먼저 살필 수 있는 신앙인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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