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심의 길

해초 0 1,409 2021.01.02 07:25
정현종의 시 <회심(回心)이여>를 보면, 옛사람에서 새사람으로의 회심을 아주 독특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너 살리니 너 살고/ 너 살리니 나 사는 회심이여” 너와 내가 하나 될 때 이루어지는 게 회심이라고 시인은 말합니다. 너를 살릴 때 내가 살 수 있다는 건, 둘이 한 몸을 이루거나 불가분의 연관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니 말입니다. 인간이란 말의 한자어도 사람 사이를 뜻합니다. 그만큼 사람이란 홀로 서기 위해 누군가와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알려주지요. 한자어 사람 인(人)자도 사실은 서로를 기대어 있는 모습입니다. 그러니까 사람이 산다는 것은 홀로 서기 위해 서로를 함께 의지해 가는 과정이라 해도 무방합니다. 아니라고 해도 우린 그렇게 누군가에게 기대 서서 살아왔고, 또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의 의지가 되어주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정말 사람이 살만한 세상이란 다른 게 아니라 누군가 홀로 서지 못한 이를 일으켜 세워서 함께 버팀목이 되어 주는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너를 지키는 것이 곧 나를 위한 일이 되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지요. 팬데믹을 맞이하여 지난 한 해 우리는 이 간단한 진리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쓰기를 통해 나만 지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서로를 지켜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이제 2021년을 맞이하여 우리가 만들어갈 회심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시들했던 서로의 삶에 새살 나게 하는 생기 넘치는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외롭고 힘들었던 옛사람의 기운은 벗어버리고, 함께 희망과 기쁨으로 생기가 넘치는 새사람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그 때 비로소 나만의 회심이 아니라, 사람 살 만한 세상으로 변화를 함께 이뤄 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Comment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38 방관자 효과 해초 2021.04.17 1516
37 한마음과 한 뜻으로 해초 2021.04.10 1338
36 십자가의 길 해초 2021.03.27 1301
35 그대 앞에 봄이 있다 해초 2021.03.20 1341
34 꽁다리 공동체 해초 2021.03.12 1361
33 질투는 나의 힘 해초 2021.03.06 1339
32 자기 부인 해초 2021.02.27 1377
31 눈물의 의미 해초 2021.02.20 1403
30 Black History Month 해초 2021.02.13 1419
29 말씀으로의 초대 해초 2021.02.06 1440
28 좌정관천(坐井觀天) 해초 2021.01.30 1596
27 꿈 만은 아니다 해초 2021.01.23 1411
26 청종(聽從) 해초 2021.01.16 2372
열람중 회심의 길 해초 2021.01.02 1410
24 아시타비(我是他非) 해초 2020.12.26 1635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