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심의 길

해초 0 23 01.02 07:25
정현종의 시 <회심(回心)이여>를 보면, 옛사람에서 새사람으로의 회심을 아주 독특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너 살리니 너 살고/ 너 살리니 나 사는 회심이여” 너와 내가 하나 될 때 이루어지는 게 회심이라고 시인은 말합니다. 너를 살릴 때 내가 살 수 있다는 건, 둘이 한 몸을 이루거나 불가분의 연관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니 말입니다. 인간이란 말의 한자어도 사람 사이를 뜻합니다. 그만큼 사람이란 홀로 서기 위해 누군가와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알려주지요. 한자어 사람 인(人)자도 사실은 서로를 기대어 있는 모습입니다. 그러니까 사람이 산다는 것은 홀로 서기 위해 서로를 함께 의지해 가는 과정이라 해도 무방합니다. 아니라고 해도 우린 그렇게 누군가에게 기대 서서 살아왔고, 또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의 의지가 되어주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정말 사람이 살만한 세상이란 다른 게 아니라 누군가 홀로 서지 못한 이를 일으켜 세워서 함께 버팀목이 되어 주는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너를 지키는 것이 곧 나를 위한 일이 되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지요. 팬데믹을 맞이하여 지난 한 해 우리는 이 간단한 진리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쓰기를 통해 나만 지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서로를 지켜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이제 2021년을 맞이하여 우리가 만들어갈 회심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시들했던 서로의 삶에 새살 나게 하는 생기 넘치는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외롭고 힘들었던 옛사람의 기운은 벗어버리고, 함께 희망과 기쁨으로 생기가 넘치는 새사람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그 때 비로소 나만의 회심이 아니라, 사람 살 만한 세상으로 변화를 함께 이뤄 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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