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의 축제

해초 0 363 2022.12.18 07:57
어둠의 틈새로 빛이 새어 나올 수 있도록 조금씩 찢어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누구랄 것도 없이 그 빛은 절망의 심연에 갇힌 이들에게 길을 여는 희망입니다. 호젓한 기쁨으로 한껏 들뜨게 만드는 화려한 장식과는 차원이 다른 빛입니다. 물론 아련하게 들려오는 캐럴송과 함께 은은한 불빛은 분잡한 생활에 거칠어졌던 마음을 숙지근하게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땅의 어둠을 찢고 빛으로 찾아 온 예수의 탄생은 그저 가볍게 사람의 감성이나 자극하려고 일어난 사건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만삭의 여인을 위해 누구도 문을 열어 주지 않던 베들레헴의 비정한 어둠을 찢어 내셨습니다. 하늘과 땅의 경계가 무너진 그 틈 사이로 빛이신 그리스도를 보내 주셨습니다. 오랫동안 어둠에 갇혀 무감각해진 세상에 희망의 빛이 나타난 것입니다. 그 빛을 통해 우리도 어둠을 가르고 세상을 새롭게 볼 수 있는 시력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시야 바깥에 존재하던 벼랑 끝의 사람들이 보이고, 비스듬히 서 있는 나를 받쳐 주기 위해 묵묵히 곁을 지키던 사람들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주님이 더이상 멀리 서서 관망만 하지 말고, 빛 가운데로 들어오라고 우리를 부르신 까닭입니다. 이제 희망의 빛을 머금지만 말고, 가서 나누어 주라는 것이지요. 척박한 현실 속 어둠에 갇힌 자들, 곧 배고픈 사람과 헐벗은 사람 그리고 병자와 나그네를 돌보며 희망의 빛을 나누어 주라는 말씀입니다. 지극히 작은 것에 충성된 자야말로 큰 것에도 충성된 자라는 가르침을 생각해 보면, 작은 나눔 하나에도 대자대비하신 하나님의 큰 뜻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깊어지는 어둠 만큼, 희망의 빛을 나누는 작은 돌봄과 보살핌도 소자에게는 큰 위로와 기쁨이 되는 법입니다. 성탄의 축제를 온기가 절실한 시기의 한 가운데 마련한 것도 그런 깊은 뜻이 있었던 이유가 아닐까요? 여전히 찢어내야 할 어둠이 공존하는 세상에서, 빛으로 오신 그리스도와 동행하는 모두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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