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땅을 떠나 광활한 광야를 정처 없이 떠돌아 다니던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의 얼굴을 보여달라고 간구합니다. 얼굴을 보아야 주님의 사랑을 확신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의심에서 비롯된 요청이었지요. 그러나 하나님은 당신의 얼굴 만큼은 보여줄 수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왜냐하면 주의 얼굴을 본 자는 누구나 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도 정 하나님이 함께 하신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거든 숨어 있다가 뒷모습이라도 보라고 일러 주셨습니다. 빛을 직접적으로 보지 못하니 그림자를 통해서라도 체험해 보라는 뜻이었습니다. 사실 이 말씀은 우리가 어디를 보든 하나님은 지금 여기에 우리와 함께하고 계실 것이라는 약속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그러니 주님의 영광을 체험하기 위해서 꼭 얼굴을 보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가끔씩 저의 부모님을 생각하면, 얼굴이 아닌 뒷모습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부모님의 뒤를 따라 길을 걷는 경우가 많아서인지, 세월이 지나면서 그 등을 바라볼 때마다 온갖 감정을 느끼곤 합니다. 사랑이라는 글자는 얼굴에만 씌어 있는 것이 아닌 모양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도 그렇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얼굴을 보아야만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 은혜와 자비는 앞에서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뒤에서도 주어집니다. 왜 하필 앞면만 보려고 합니까? 뒷면도 보십시오. 세상의 이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물과 현상의 보이는 부분 만을 가지고 평가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그림자에 가린 뒷면을 헤아리십시오. 그럴 때 비로소 어디를 보든 늘 우리를 향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와 정말 풍성한 삶의 진면목을 제대로 체험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