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이 세상을 창조하셨다면 악은 어디에서 생겨난 것입니까?(2)

홍삼열 0 4,547 2014.01.21 10:50

기독교적 일원론, 즉 이 세상에는 궁극적으로 선()과 악()이라는 두 가지 원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선(하나님)이라는 한 가지 원리만 존재한다는 입장을 가진 신학자들이 있었는데 대표적으로 4세기의 성 어거스틴을 들 수 있다. 그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악을 선의 결핍”(privatio boni)이란 개념으로 설명하였다. 악은 진짜 존재하는 어떤 실체(subatance)가 아니라 실체가 없는 현상(accident)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만일 어떤 사람의 피부에 상처가 생겼다면 이 상처는 어떤 실체가 아니라 건강한 피부가 망가진 현상일 뿐이란 설명이다. 즉 실체는 건강한 피부이고 상처는 건강한 피부의 결핍혹은 손상인 것이다. 그래서 사람에게서 병이 낫고 상처가 아문다면 그것은 실체를 가진 상처가 다른 곳으로 이동해 갔기 때문이 아니라 그 현상이 없어진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면 빛과 어두움의 관계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이원론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은 원래 세상에는 빛과 어두움이란 두 가지 원리가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빛도 실체이고 어두움도 실체이고 이 둘이 영원히 대립하는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일원론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은 빛은 실체이지만 어두움은 빛의 결핍을 지칭하는 현상일 뿐이라고 말할 것이다. 사실 현대 물리학에서도 이것을 입증하고 있지 않은가? 빛은 소입자로 구성되어 있는 실체이지만, 어두움은 빛의 소입자가 없는 결핍의 상태 혹은 현상인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이 태초에 흑암 가운데서 빛을 만드시며 천지를 창조하실 때, 빛이 있음으로 인해 흑암은 자동적으로 없어지게 된 것이다. 빛의 실체가 생겨남으로써 이미 있던 흑암의 실체가 뒤로 밀려나간 것이 아니라 빛의 결핍 현상이 사라진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악이 바로 그런 것이다. 하나님은 온전한 선이기 때문에 악이 하나님에게서 나올 수가 없다. 단지 악은 선의 결핍이기 때문에 하나님이 없는 상태는 자연히 악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악의 실체를 없애려는 시도보다는 선을 제공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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