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연세 드신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신은 절대
화장을 허락하지 않겠다고 하시는 분이 있다. 몸이 불에 타서 없어지면 부활할 때 지장이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화장한 사람은 부활의 몸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천국에 들어갈 수 없을까? 그렇지 않다. 그 이유는 우리가 천국에서 가지게 될 몸은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 썩을 몸이 아니라 하늘나라에서 영원히 살 수 있는 질적으로 다른 몸, 하나님이 새로
만들어 주시는 썩지 않는 몸이기 때문이다.
화장하면 부활하지 못한다는 논리는 조금만 생각해보면 대단히 비논리적인 주장임을 알 수 있다. 우선 육신을 땅에 매장하면 그 육신이 얼마나 땅에 남아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가? 화장하는 것보다는 좀 오래 남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육신도 다 없어져버린다. 길게 보면 매장이나 화장이나 마찬가지다. 또 과거에 믿음을 지키다가 화형을 당한 순교자들이 있는데 그들은 육신이 없으니 천국에 못 갔을까? 또 초대교회 때 많은 신앙인들이 사자에게 찢기고 먹혔는데 그들도 몸이 없으니 천국에 못 갔을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그들은 온전한 형태로 부활해서 천국에 갔을 것이다.
이 진리를 쉽게 이해하도록 돕기 위해 사도 바울은 자연에서 일어나는 한 가지 예, 씨앗의 예를 들어서 설명을 해주었다. “어리석은 자여 네가 뿌리는 씨가 죽지 않으면 살아나지 못하겠고 또 네가 뿌리는 것은 장래의 형체를 뿌리는 것이 아니요 다만 밀이나 다른 것의 알맹이 뿐이로되 하나님이 그 뜻대로 그에게 형체를 주시되 각 종자에게 그 형체를 주시느니라.”(고전 15:36-38) 우리가 씨앗을 뿌릴 때 지금은 그것이 단지 씨앗의 형태이지만 나중에는 열매가 된다는 것을 안다. 그러므로 우리가 뿌린 것은 단순히 씨앗이 아니라 장차 생겨날 몸 즉 열매인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현재의 씨앗과 장차 그 씨앗에서 생겨날 열매는 같은 것이기도 하고 다른 것이기도 하다. 본질적인 면에서는 같지만 겉으로 보이는 형태에서는 다르다. 현대적인 개념으로 설명하자면 DNA는 같지만 각각의 성장과정과 환경에 따라 각기 다른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