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나님은 발람이 두 번째 물었을 때 첫 번째와 마찬가지로 절대로 가면 된다고 딱 잘라 말씀하시지 않고 “그 사람들이 다시 너를 부르러 오거든 일어나 함께 가라”고 말씀하셨을까? 하나님은 발람이 자발적으로 순종하기를 원하셨던 것이다. 이는 마치 안 되는 것을 계속 요구하는 아이에게 부모가 “이런 이런 조건이 되면 그렇게 해도 된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부모의 대답은 여전히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는 무조건 되는 쪽으로만 생각하고 허락 받은 것처럼 행동하는 것과 같다.
하나님의 뜻은 분명하다. 이스라엘은 복 받은 민족이기 때문에 그 누구도 저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발람이 하도 요구하니까 그에게 마지막으로 자발적 순종의 기회를 주신 것이다. “내일 아침에 그들이 먼저 너에게 와서 함께 가자고 간청하면 그때는 가도 좋다.” 물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하나님은 이걸 미리 아시고 그런 말씀을 하신 것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끝까지 은금이 좋아서 하나님께 순종할 의도가 없었던 발람은 하나님이 주신 기회를 발로 차버리고 자기가 먼저 가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은 이렇게 계속 불순종하는 발람에게 진노하신 것이다.
발람의 이야기를 읽는 사람들은 여호와의 선지자가 그런 식으로 돈에 눈이 어두워 이스라엘을 저주하려 했다는 것을 이해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개중에 발람이 진짜 여호와의 선지자가 아니라 여호와의 이름만 빌린 가짜 점술가였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성경에 보면 분명히 발람은 여호와와 말씀을 주고 받는 진짜 선지자였다. 말과 행동이 다른 것, 이것은 사실 너무나도 현실적인 신앙인의 모습인데 여호와의 선지자라고 해서 예외가 아닌 것이다. 발람은 하나님의 선지자로서 하나님께 전적으로 순종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마음이 반쪽으로 나뉘어서 하나님을 섬기면서 동시에 세상을 섬긴 사람이다. 두 마음을 품어 부정하게 된 사람이다. 이런 상황에서 발람은 일정 부분은 하나님의 도구로 사용되었지만 부정한 마음 때문에 결국 칼로 죽임을 당하게 된 사람인 것이다.(민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