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는 어떤 의미에서 우리의 구세주가 되시는가?(2)

홍삼열 0 2,940 2017.07.31 14:00

그리스도의 구원사역을 설명한 두 번째 이론은 배상자로서의 그리스도이다. 11세기 말의 캔터베리 대주교였던 Anselm이 정리한 이론으로서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기독론이다. 그는 “왜 하나님이 사람이 되셨나?(Cur Deus Homo) 라는 책에서 이 이론을 자세히 설명하는데, 중세 봉건제도를 배경으로 그리스도의 구원사역을 설명하였다. 이 이론에 의하면, 사람이 죄를 지을 때 그 죄의 심각성은 해를 입은 자의 위대성에 따라 결정된다. 예를 들어, 똑같은 죄를 지어도 거지에게 해를 입힌 것과 왕에게 해를 입힌 것의 심각성은 천지차이이다. 그렇다면 하나님께 죄를 지었을 때 이것의 심각성은 우리가 감당할 만한 수준을 훨씬 넘는다. 죄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하나님의 명예에 먹칠한 것이고, 하나님은 무한하신 분이기 때문에 우리의 죄는 무한한 것이 된다. 문제는 사람이 이 무한한 죄의 대가를 치를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하나님에게 가해진 죄의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는 존재는 사실 무한하신 하나님 자신뿐이다. 그래서 하나님이 나서야 했다.

한편 정의의 하나님께서는 죄에 대한 아무런 처벌 없어 인간을 용서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반드시 값을 치러야 한다. (현대적 입장에서는 처벌 없이 용서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되겠지만, 중세시대의 영주와 농노의 관계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농노가 영주에 대해 어떤 죄를 지었는데 그것에 대해 처벌하지 않고 그냥 용서해주는 것은 당시의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다. 지은 죄는 그에 걸맞는 정도로 반드시 배상해야 한다. 이것이 정의이다.) 사람이 하나님께 지은 죄의 심각성은 본질상 무한하고, 그 죄는 무한하신 하나님만이 처리할 능력이 있고, 그래서 하나님이 인간이 되시는 신-(God-Man)의 사건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나님이면서 동시에 인간이 되신 분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시고, 예수 그리스도는 죄 값을 치르는 배상자(Satisfier)가 되셔서 스스로 자신의 죄값을 치를 능력이 없는 인간을 대표하여 죄값을 치르신 것이다. 이것을 우리는 대속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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