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에 써서 기도하는 사람은 성령으로 기도하지 않는 사람인가?(2)

홍삼열 0 3,212 2016.05.31 08:32

종이에 써서 기도하는 사람은 성령의 감동이 빠진, 인간적인 생각으로 기도하는 사람일까? 그렇지 않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기도의 본질을 오해하는 것이다. 기도는 하나님께 진실한 마음을 올려드리는 것이기 때문에 형식과는 별 상관이 없다. 종이에 써서 기도한다고 그 사람이 성령의 감동이 없는 것이 아니다. 아니 정반대일 수가 있다. 써서 기도할 정도의 사람이면 그 만큼 하나님의 뜻을 생각하며 준비를 많이 한 사람인 것이다.

물론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의도로 영혼이 빠진 기도문을 작성한다면 이건 정말 성령이 역사하지 않는 기도가 될 것이다. 그러나 기도문을 준비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지 않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도문을 작성하고, 자신의 신앙 경험과 성경의 진리에 비추어봐서 혹시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는지 자세히 살피고 또 살피고 해서, 최선의 기도를 만들어서 하나님께 드리는 것이 보통 신자들의 태도인 것이다.

반면에 기도문을 쓰지 않고 기도하는 사람은 공적인 예배의 환경에서 종종 문제를 일으킨다. 했단 말을 반복하고, 논리적으로 연결이 안 되는 내용들을 엮어서 기도하면서 중언부언하는 경우가 많다. 또 예배 시간에 기도자가 시간을 맞추어 주어야 하는데 다른 예배 순서에 방해가 될 정도로 시간조절을 잘 못하는 경우도 많이 생긴다. 그래서 대부분의 교회에서는 기도자에게 준비를 철저히 해서 시간을 엄수할 것을 요구하고, 그렇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기도문을 미리 작성하게 하는 것이다.

사실 기도문을 작성하는 것은 개인의 영성생활을 위한 중요한 도구였다. 역사적으로 많은 영성가들이 공적 예배에 사용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기 위한 기도가 아니라 전적으로 하나님께 자신의 마음을 올려드리기 위한 기도문을 썼다. 고전적인 예가 시편이다. 다윗은 공적 예배와는 상관없이 전적으로 하나님을 향한 자기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기 위해 기도의 시를 쓴 것이다. 따라서 기도문을 작성하여 기도하는 사람은 성령이 없는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오히려 종이에 써서 기도할 정도의 사람은 정말 성령의 감동이 담긴 기도를 하는 사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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