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도 술을 드셨을까?(1)

홍삼열 0 3,009 2016.05.03 16:10

필자가 미국인 교회를 담임할 때의 일이 생각난다. 어느 날 예배를 마치고 예배당을 문을 나와서 중간 뜰에 들어서는데 중년의 한 교인이 교회 창문 앞에 서서 시가 담배를 한 대 피우고 있었다. 남 보란 듯이 일부러 그렇게 하는 것도 아니고 죄의식을 가지고 그렇게 하는 것도 아니었다. 많은 교인들이 그의 앞을 지나가는 것을 보며 그냥 그전부터 그랬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 서서 시가를 피웠다. 물론 지나가는 사람들 중 몇은 그에게 부드럽게 타이르고 지나갔다. 건강을 생각해서 담배를 줄이라고 하며 지나갔다. 어떻게 교회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냐고 큰 소리를 내는 사람도 없었고, 그런 죄인을 교회에서 쫓아내야 한다고 요구하는 사람도 없었다. 단지 건강에 해로우니 본인이 스스로 담배를 멀리하는 것이 좋지 않느냐는 정도의 권고뿐이었다.

만일 똑같은 일이 한국교회에서 일어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난리가 났을 것이다. 건강에 해롭다는 차원을 넘어서 거의 그를 범죄자 취급을 하였을 것이다. 누군가 큰 소리로 그를 꾸짖든지, 교회 중직들이 모여서 문제를 의논하고 징계를 결정했을 것이다. 똑같은 기독교회이지만 담배 피우는 것에 대한 정서가 이렇게 다르다.

술 마시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개중에 목회자가 개인적으로 혹은 공개적으로 술을 마시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목회자는 자신이 술을 마시는 것을 공개하지 않고, 만일 술을 마시는 것이 알려지면 목회자의 도덕성이 상처를 입게 된다. 어떤 경우에는 그것 때문에 목사가 교회를 사임하게 되기도 한다. 일반 교인들의 경우도 술을 마신다고 알려지면 마시는 정도에 따라 신앙심이 의심을 받는다. 그런데 미국교회의 정서는 다르다. 필자의 경험을 예로 들면, 언젠가 교인 집에 식사 자리에 초대받아 간 적이 있었다. 그 집에 가 보니 식탁 위에 포도주 병이 놓여 있었다. 그분은 목사에게 함께 한 잔 하자고 권하는데 그것이 일부러 목사를 시험해보려는 것이 아니라 대단히 자연스러운 제안이었다. 저는 술을 하지 않습니다 라고 하며 거절을 하자 그분은 자연스럽게 다른 가족과 함께 술을 마시며 목사와 대화를 이어갔다. 일반 한국교회에서는 상상이 안 되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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