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 성경책에 구약이 들어가 있는 거죠?(2)

홍삼열 0 3,265 2015.12.15 16:51

유대인들은 창세기에서부터 말라기까지의 부분을 지칭할 때 구약이 아닌 히브리성서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그리고 기독교인들이 자신들의 성서에 대해 구약이란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달갑지 않게 여긴다. 왜냐하면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기독교인들이 유대교의 허락도 받지 않고 성경을 가져가서 사용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그것을 구약(舊約)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신약(新約)의 우월성 혹은 절대성까지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치 유대인들의 옛 약속이 어떤 가치를 갖기 위해서는 기독교의 새 약속 안에 편입되어야 한다는 듯이 말이다.

그러나 기독교의 관점에서 보면 구약을 기독교 경전의 일부로 사용하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신약과 마찬가지로 구약도 우리를 향한 동일한 하나님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신약이 예수님 이후에 태어난 새 시대의 사람들을 위한 하나님의 약속이라면 구약은 예수님 이전의 옛 시대 사람들을 위한 동일한 하나님의 약속인 것이다. 좀 도식적인 표현을 사용하자면, 구약은 예수님을 예언/준비한 책이고 신약은 그 예언/준비의 성취를 기록한 책이다. 신약은 고차원의 학문인 복음이 담긴 책이고 구약은 그런 고등학문을 배우기 전에 먼저 배워야 하는 초등학문과 같은 것이다.

이런 시각으로 구약을 보면, 어떻게 이방민족과 전쟁을 할 때 사람들은 물론이고 동물까지 진멸하라고 하신 구약의 하나님이 사실은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셔서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예수님을 보내신 신약의 하나님과 똑같은 분인지를 깨닫게 된다. 구약의 율법은 신앙의 초보단계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초등학문인 것이다. 당시 수준을 고려하여 신앙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윤리수준만을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그런 초등학문을 주신 하나님의 의도는 그들이 그 수준에 영원히 머무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고등학문인 복음의 수준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이 고등학문이 바로 신약인 것이다. 초대교회는 신약만으로 구성된 반쪽 성경이 아닌 구약을 포함한 온전한 성경을 확정함으로써, 기독교 안에서 옛 약속과 새 약속이 예수님의 복음을 중심으로 하나로 연결되도록 결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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