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 성경책에 구약이 들어가 있는 거죠?(1)

홍삼열 0 3,536 2015.11.30 15:09

구약성경을 읽을 때면 좀 마음이 불편하신 분들이 있다. 신약성경에 보면 하나님은 사랑의 하나님이고 예수님도 여자나 불구자를 포함한 약자들의 권익을 보호해 주는 정말 선한 분으로 설명되어 있는데, 구약성경에 보면 전혀 다른 모습의 하나님이 나오는 것이다. 구약의 하나님은 정말 하나님 같지도 않은, 매정하고도 잔인한 폭군 같아 보인다. 전쟁을 좋아할 뿐만 아니라 전쟁을 할 때면 죄 없는 어린아이들과 동물들까지 진멸하라고 하고, 제사를 드릴 때마다 매번 죄 없는 동물을 잡아서 피를 흘려서 죽이라고 하고, 성전에서 일을 하도록 특별히 정해진 레위인들 중에서도 불구자는 제사장이 될 수 없고 성전에도 들어갈 수 없도록 명령하는 비호감의 하나님인 것이다. 그래서 성경을 읽을 때면 구약성경은 꺼리고, 교회에서도 설교자가 구약을 본문으로 하여 설교를 하면 별로 마음에 안 들고, 심지어는 왜 우리가 읽는 성경에 구약이 들어가 있어야 하냐고 근본적인 차원의 의문을 제기하기까지 한다.

초대교회 시절에 이미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중 마르시온이란 이단자가 있었는데 그는 정통교회와는 다른 독자적인 교회를 세우고 자신의 독특한 이단사상을 전파하였다. 마르시온은 구약과 신약을 완전히 다른 것으로 분리했다. 그에게 있어서 구약은 율법이고 신약은 복음이다. 구약의 하나님은 가짜 하나님이고 신약의 하나님은 진짜 하나님이다. 구약의 하나님이 만든 세계는 악한 물질세계이지만 신약의 하나님인 예수님이 속한 세계는 선한 영의 세계이다. 마르시온은 이렇게 구약과 신약을 대립적으로 보기 때문에 기독교 성경에서 구약을 제거해버렸다. 그뿐만 아니라 신약성경 안에 이미 수많은 구약의 인용구들이 들어가 있는데 (그는 이단들이 이걸 신약에 몰래 삽입한 것이기 때문에 자기가 이것을 식별해서 제거했다고 주장한다) 그것을 싹 제거하고 자기만의 성경을 만들었다. 당시만 해도 정통교회는 성경을 확정할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마르시온이 이런 식으로 자기 맘대로 성경을 만드는 바람에 급히 그를 이단으로 정죄하고 기독교 성경, 즉 구약을 포함한 성경을 확정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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