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서원기도를 했으니 저는 목사가 되어야 하나요?(3)

홍삼열 0 3,519 2015.10.09 23:51

율법의 원칙에 의하면 목사가 되겠다고 서원했다면 반드시 지켜야 한다. 비록 신앙과 이성이 미성숙한 상태에서 경솔하게 서원했더라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것이 율법이다. 그런데 예수님은 항상 율법의 글자보다 그 율법의 정신을 따라야 한다고 가르치셨다. 예수님 당시만 해도 유대인들은 율법의 글자를 고수하느라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해치고 있었는데, 예수님은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는 대전제하에 모든 율법을 재해석하셨고, 그럼으로써 영혼을 살리는 일에 집중하셨다. 그래서 복음서 곳곳에 모세는 이렇게 말했지만 나는 이렇게 말한다.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 것이다. 모세는 이웃을 사랑하고 원수를 미워하라고 했지만 나는 원수도 사랑하라고 말한다. 모세는 안식일을 철저하게 지키라고 했지만 나는 사람의 생명이 안식일 계명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같은 맥락에서 구약성경은 서원한 것은 반드시 지켜라. 또는 서원하고 갚지 않으려거든 차라리 서원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가르치지만, 예수님은 아예 서원 자체를 하지 말라고 가르치셨다. 아니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어떤 신적 권위에 호소하는 약속/맹세를 하지 말라고 가르치셨다. 옛 사람에게 말한 바 헛 맹세를 하지 말고 네 맹세한 것을 주께 지키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도무지 맹세하지 말지니 오직 너희 말은 옳다 옳다, 아니라 아니라 하라. 이에서 지나는 것은 악으로부터 나느니라.(마태복음 5:33절 이하) 예수님께서 이렇게 단호하게 말씀하신 이유는 사람은 근본적으로 서원을 하고 갚을 수 있는 그런 대단한 존재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목사가 되겠다는 서원은 신약의 정신으로는 애초에 하지 말았어야 하는 일이다. 물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선한 결단 혹은 의지의 차원이라면 별로 큰 문제가 없겠지만,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유한한 인간이 무한하신 하나님에게 신적 권위를 가지는 어떤 약속을 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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