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강대상에 새겨진 그 글자가 무슨 뜻입니까?(2)

홍삼열 0 4,324 2015.06.06 12:24

교회 강대상에 새겨진 또 다른 문양은 이다. 이 문양은 목사가 가운을 입고서 목에 걸치는 스톨(stole)이나 혹은 성전 내부에 걸린 배너에 사용되기도 한다. 이것을 우리는 키-(chi-ro)라고 읽는데 ΧΡΙΣΤΟΣ(그리스도)의 첫 두 글자를 조합하여 만든 형태이다.

이 문양은 일찍이 콘스탄틴이 로마지역을 다스리던 막센티우스에 대항하여 전쟁을 벌일 때 군대의 깃발에 사용했던 문양이다. 초대 기독교 역사를 기록한 유세비우스에 의하면, 콘스탄틴이 낮에 기도할 때 하늘에 떠있는 그 십자가 모양()의 환상을 봤는데 그 십자가 위에 “이것으로 정복하라”(touto nika, 라틴어 번역은 in hoc signo vince)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또 그가 밤에 꿈을 꿨는데 하나님이 나타나서 그에게 그 십자가 모양을 만들어서 전쟁에 사용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콘스탄틴은 그 지시대로 문양을 깃발에 새겨 넣어서 군대의 공식 문양으로 사용했더니 실제로 자신보다 큰 세력이었던 막센티우스의 군대를 물리치고 로마를 점령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콘스탄틴과 이후의 기독교인들은 그 문양을 기독교의 상징으로 적극 채택하였고 다른 기독교 문양들과 함께 교회의 공식 문헌과 장식물과 기물에 자주 사용하였던 것이다.

이상 교회에서 역사적으로 사용해 왔던 문양을 세 가지로 설명했는데, 필자의 교회에서는 그것들에 더하여 제단 부분에 깃발 셋, 즉 성조기와 태극기와 연합감리교회 깃발을 위치시켜 놓고 있다. 제단의 장식물은 단순히 우리의 미적 감각을 충족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개별 신앙공동체의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다. 그래서 필자의 교회는 미국 교단에 속해 있는 한인들의 신앙공동체이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그 세 깃발을 제단 위에 놓아 둔 것이다. 현재 미국 땅에 살면서 미국의 혜택을 보고 있다는 것, 태생적으로는 한국인으로서 한국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 또 교단적으로는 연합감리교회에 속해서 신앙생활 하고 있다는 것, 이 세 가지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해 깃발 셋을 제단 위에 놓아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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