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는 성경을 너무 많이 알면 안 되나요?(2)

홍삼열 0 3,440 2015.05.18 14:12

가톨릭교회에서는 평신도가 성경을 읽는 것을 위험하게 생각했다. 정식 신학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이 혼자 성경을 읽으면 잘못 읽게 되고, 그러면 생명의 말씀인 성경을 통해 도리어 해를 입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톨릭교회는 신부가 성경을 읽고 해석해주는 것만 이해하면 신자가 구원을 얻고 구원의 삶을 사는데 충분하다고 가르쳤다. 그리고 같은 근거에서 일반인들이 쉽게 성경을 읽을 수 없도록 라틴어 성서를 고수하였고 성경이 각국 언어로 번역되는 것을 금지시켰다.

반면에 개신교 종교개혁자들은 성경은 목회자의 것이 아니라 일반 성도들의 것이라고 믿었다. 왜냐하면 성경이 구원을 주는 책이라면 하나님이 일부러 성경을 어렵게 만들어서 전문교육을 받은 성직자만 그걸 읽고 구원받게 하시지는 않았을 거라는 것이다. 이런 이해 하에 종교개혁자들은 모든 일반인들이 자유로이 성경을 읽을 수 있도록 성경을 자국어로 번역을 한 것이다. 따라서 적어도 개신교 신자들은 성경을 많이 읽고 많이 공부해야 정상인 것이다.

그런데 왜 일부 목회자들은 평신도들이 성경을 많이 공부하여 아는 것을 경계할까? 긍정적인 시각에서 보면, 평신도가 성경을 잘못 읽을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조심시키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마치 어른들이 읽어야 할 것을 아이가 읽어서 잘못되는 일이 없도록 부모가 미리 신경쓰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비판적인 시각에서 보면, 이건 일종의 우민화(愚民化) 정책이다. 교인들에게 필요한 만큼만 가르쳐서 목회자가 하는 일을 아무런 비판 없이 따르도록 만드는 장치인 것이다. 성도들이 하나님의 말씀에 담긴 뜻을 스스로 분별하여 순종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고 목회자의 해석을 통해 전해지는 것만을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이도록 강요하는 좋지 못한 정책인 것이다. 이런 경우 목회자가 정통교리를 가르치고 그렇게 가르치는 의도가 선하다면 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목회자가 이단교리를 가르치거나 의도가 선하지 못하다면 이건 너무나 큰 문제인 것이다. 성도를 잘못된 길로 인도하는데 성도는 이걸 깨닫지 못하고 그저 무비판적으로 따라가다가 마지막에는 멸망에 이르게 되기 때문이다.


Comments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