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장과 절은 언제 생긴 겁니까?(2)

홍삼열 0 4,468 2015.03.02 17:50

예수님 당시에 성경을 읽고 해석하고 사본을 만드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이 바로 서기관들(scribes)이다. 이들은 글자와 글자 사이에 아무런 공간도 없고 부호도 없이 빽빽하게 기록된 성경을 원저자의 의도대로 읽고 해석하도록 특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교인들이 성경을 읽을 때 이렇게 항상 서기관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성경에 모음이 들어가 있지 않기 때문에 성경을 읽을 때 올바로 발음하기가 어려웠고 또 어떤 단어들은 잘못 읽고 잘못 해석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주후 5-6세기 경에 구약 학자들은 본문의 발음과 의미를 확실히 해주기 위해서 모음 표기법을 만들어서 모음을 성경에 기입해 넣게 되었던 것이다.

성경을 보다 읽기 쉽게 하기 위한 또 하나의 장치는 장절을 구분해주는 일이다. 예수님 당시 기록된 것으로 보이는 쿰란문서에는 아직 장절의 구분은 없지만 초기 단계의 문단구분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즉 새로운 문단을 시작할 때 행을 바꾸어서 시작하든지 아니면 행의 중간에 몇 자를 띄어서 새로운 문단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이 발견된다. 이후 중세시대에는 다양한 종류의 장 구분법들이 시도되었고 그러다가 우리에게 익숙한 형식의 구분법은 13세기 캔터베리 대주교였던 스티븐 랭톤(Stephen Lengton)에게서부터 시작된다. 현재 형태의 장과 절을 구분한 사람은 16세기 파리의 유명한 인쇄업자였던 스테파누스(Robert Stephanus or Robert Estienne)였다.

그래서 성경을 읽을 때 장절의 구분에 너무 얽매일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원래 성경에는 장절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문장부호나 띄어쓰기도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 성경에는 동그라미로 새로운 단락의 시작을 표시해주는데 역시 이것에도 얽매일 필요가 없다. 대개 성경에 표시된 문학적 장치들을 따라 읽으면 이해에 도움이 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독자의 편의상 그렇게 만들어진 것일 뿐 원래 성경에는 없는 것이니까 그것을 절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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