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감아 주는 것이 용서인가?

홍삼열 0 5,772 2012.07.11 08:20

많은 분들이 용서의 문제로 마음의 갈등을 겪는데, 마음의 갈등을 겪는 대표적인 이유가 적절한 처벌과 보상 없이 용서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해를 끼친 사람이 충분히 벌을 받지 않았고 나에게 충분히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내가 어떻게 그걸 없던 일처럼 넘어가냐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용서와 처벌/보상을 일괄적으로 연계하는 것은 성경의 가르침이 아니다. 엄격한 의미에서 용서는 외형적인 처벌/보상과는 별 상관이 없다. 우리가 보통 이해하기로는 죄의 값을 치르게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면 용서한 것이고 또 손해 본 것을 눈감아 주면 그것이 용서라고 생각하지만, 성경에서는 처벌을 하면서도 용서가 가능하고 또 처벌을 하지 않으면서도 용서가 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좋은 예가 민수기 12장에 나오는 미리암과 아론의 예이다. 이들이 하나님이 모세에게 주신 지도력에 대항하였을 때 하나님이 벌을 내리셨는데 그것이 미리암에게 생긴 문둥병이다. 그후 이들이 즉시 회개하게 되는데, 하나님이 이들의 기도를 들으시고 용서하셨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하나님이 그들을 용서해주셨는데도 이상하게도 미리암의 문둥병이 그 즉시로 치료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게 뭘 의미하는가? 때로는 처벌도 하나님이 베푸시는 용서의 일부라는 것이다. 용서의 목적이 무엇인가? 사랑이 그 목적이 아닌가? 궁극적으로 용서를 통해 사람을 살리고, 더 나아가 공동체에게 유익을 주고 상처를 회복시키는 것이 용서의 목적이 아닌가? 따라서 처벌하는 것이 상대방에게 유익이 된다면 처벌하는 것이 참 용서이고, 처벌을 면제해주는 것이 그 사람에게 유익이 된다면 처벌하지 않는 것이 참 용서인 것이다.

상대방의 잘못을 무작정 눈감아 주는 것은 용서가 아니다. 처벌과 보상이 없어야 용서하는 것이라는 논리는 성경적이지 못하다. 용서는 겉으로 보이는 행위가 아니라 더 이상 원한을 품지 않는 마음의 평화이고, 처벌/보상의 면제가 아니라 그 사람을 살리는 사랑의 선택인 것이다. 따라서 마음의 명령으로 누군가를 용서하려고 할 때 우선 사랑의 원칙을 생각하자. 어떻게 하는 것이 그 사람을 살리는 방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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