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들은 왜 제사를 드리지 않습니까?(3)

홍삼열 0 3,627 2015.01.25 09:58

또 한 가지 기독교인이 제사를 금하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효는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하는 것이지 돌아가시고 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기독교는 무군무부의 종교가 아니라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정말 잘 섬기고 잘 공경하라고 가르치는 실제적인 효의 종교인 것이다.

우리들이 가끔 경험하는 것이 있다.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는 별로 효자가 아닌 사람이 부모님이 돌아 가시고 나자 장례식도 거창하게 치르고 묘도 최고 명당자리에 잡는다고 하고 제사도 격식 차려서 드리는 경우를 본다. 왜 그럴까? 그런 행위들의 배후에는 순수함보다는 순수하지 못한 동기가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왜 살아 계실 때는 효도하지 못하고 돌아가시고 난 다음에 효도한다고 하면서 제사에 그렇게 신경을 쓰는가? 물론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제대로 효도하지 못해서 이제 뉘우치는 마음으로 그렇게라도 해야 되겠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제사를 드리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대부분의 경우 살아계실 때의 부모의 위상과 돌아가시고 난 다음의 부모의 위상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다.

돌아가시기 전의 부모님의 모습은 힘이 없고 자식들에게 짐이 되는 존재이다. 적어도 그 나이대의 많은 부모님들이 그렇게 생각한다. 자식들 중에 그렇지 않다고 항변하는 이들도 많이 있겠지만 어느 경우에라도 변하지 않는 것은 연로하신 부모님은 더 이상 한창 일하실 때의 힘 있는 부모님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유교의 가르침에 의하면 돌아가신 부모님은 귀신이 되어서 후손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준다는 것이다. 힘 없는 존재에서 힘 있는 존재, 더 나아가 무서운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자녀들이 죽은 부모를 잘 섬기면 부모가 복을 주고 잘못 섬기면 벌을 주는 것이다. 따라서 자식들이 제사를 정성껏 드린다는 것은 부모님이 지난 날 나에게 해주신 것들이 너무나 감사해서 순수하게공경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현실적인 유익을 바라보며 행하는 기복주의 혹은 이기주의의 결과물인 것이다. 적어도 제사의 사상적 틀을 제공한 주자학의 기본 가르침이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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