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일은 세상 일에 항상 우선해야 하는가?(1)

홍삼열 0 4,190 2014.11.24 17:24

어렸을 적이 생각이 난다. 필자의 부친은 당시 시골교회를 맡아 목회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밤에 교인의 남편이 아버지를 찾아왔다. 아버지를 찾는 목소리를 들으니 술이 거나하게 취한 상태였다. 보통의 경우이면 아버지는 찾아오는 손님을 서재로 모셔서 함께 대화를 나누실 텐데 그날은 선생님. 술에 많이 취하신 것 같은데 술이 깨신 후에 낮에 찾아오시죠라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그 남자분은 꼭 따져야 할 것이 있다며 꼭 예기를 해야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아버지는 그분을 서재로 들어오게 해서 한참 이야기를 나누셨다. 그 남자분이 따진 내용은 한 마디로 하면 자기 부인이 집안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교회에만 와서 산다는 것이다. 목사가 교회에서 어떻게 교육을 시켰기에 자기 부인이 그렇게 행동하느냐는 것이다.

교회 일과 집안 일 혹은 하나님의 일과 세상 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며 양자간에 어떤 우선순위를 정해주어야 하는지는 모든 신앙인들이 고민하는 문제이다. 어떤 사람은 단순하게 생각해서 이렇게 말할 것이다. 세상 일은 육적인 일이고 교회 일은 영적인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세상 일에 앞서서 교회의 일을 먼저 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이런 입장에 선 사람은 가정 일이 밀렸어도 회사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어도 교회에서 필요하다면 만사 제치고 먼저 교회 일을 처리하러 갈 것이다.

반면에 어떤 사람은 그렇게 겉으로 보이는 형태를 가지고 이것은 영적인 일이고 이것은 육적인 일이라고 구분하는 것은 성서적이지 않다고 주장할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의 외면을 보시지 않고 마음의 중심을 보시기 때문에 아무리 교회 일을 한다고 해도 하나님의 영광이 아닌 어떤 인간적인 목적을 위해 일을 한다면 그건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이 아닌 것이다. 겉으로는 영적인 일이지만 실제 내용은 육적인 일인 것이다. 또 같은 논리로 세상 일을 하는 이유가 어떤 인간적인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면 그게 하나님의 일, 영적인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따라서 세상 일과 교회 일/하나님의 일이라는 그런 외형적인 모습을 가지고 먼저 해야 할 일과 나중에 할 일을 결정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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