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마 세월아 가면 어찌하나

선한샘교회 0 4,984 2012.12.29 18:13

대구 어디쯤에서 식당을 운영하신다는 사장님이 지으신 12행시가 있다. 손님들에게 사은품으로 증정되는 성냥갑에 적힌 것이었다는데 이 시가 방송에서 소개되었다. ‘가지마 세월아 가면 어찌하나라는 12자다.

: 가난한 과거가 밑거름 되어

: 지금도 마음전부 최선을 다한다

: 마음의 진실은 자식의 교육이며

: 세월이 흐른 뒤에 물려줄 유산이다

: 월급 받던 그때는 총각이었고

: 아이 딸린 지금은 사장이 되어 있네

: 가만히 생각하니 세월이 흘러서

: 면상에 주름이 가득하구나

: 어찌하랴 지금도 가난하지만

: 찌든 과거 다시한번 돌아보면서

: 하나님과 사람들 앞에서

: 나 자신 최선을 다하리

  진실함이 묻어나는 여운이 깊다. 그러나 더 감동적인 것은 사장님 내외의 숨겨진 선행이었다. 이 분들은 같은 동네에 거주하는 독거노인과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토요일 점심식사를 대접하는 일을 이십년 넘게 해오고 계셨다. 이분들의 선행을 TV카메라에 담고자 했을 때 이들은 완강히 손사래를 쳤다고 한다. 매번 돈을 안받은 것도 아니고 달랑일주일에 한번, 그것도 자기 발로 식당을 찾아오시는 분들에게 대접한 것이 무슨 박수 받을 만한 일이 되느냐가 이분들 생각이었다. 세상에는 남몰래 착한 일을 하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 낯부끄럽게 우리를 취재 하느냐고 했다. 이분들은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춥고 배고픈 설움이 무엇인지 잘 안다. 그래서 남들보다 어렵고 힘든 삶을 사는 사람들을 위해 밥한끼 나누면서 살아갈 생각을 했던 것이다. 조그만 식당을 운영하니 남들이 사장이라 부르지만 변변치 않은 밥집일 뿐이다. 동사무소에 가서 어렵게 사는 분들이 어떤 분들이 있나 알아보니 너무 많더라는 것이다. 집 밖을 나오지 못하는 장애를 가진 이웃들도 여럿이 있었다고 한다. 마음 같아서는 배달이라도 해드리고 싶지만 나 자신도 먹고 사는 것이 바빠 그렇게까지는 못했다. 그래서 부끄럽지만 지금 하는 정도가 되었다고 하셨다. 이 분들의 이런 마음조차 아름답게 보였다. 어차피 하는 밥집에서 일주일에 한끼 어려운 이웃들을 대접하는 일이 어려운 일인가. 아니면 쉬운 일인가. 이렇게 하며 사는 사람들이 세상에 많은가. 마음 먹기 따라서 어려운 일일수도 있고 쉬운 일일 수도 있다. 손해보지 않고 똑똑하게 살려고만 하는 마음이라면 결코 흉내내지 못할 선행이다.

새해가 되었다. 한번에 한가지씩, 한번에 한사람씩 내가 가진 것을 나누면서 주변을 따뜻하게 데우며 살아가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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