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석, 전체가 보이는 자리

선한샘교회 0 3,213 2012.12.08 13:47

 44년 목회하시고 은퇴하신 아버님이 최근에 전화를 하셨다. 연말이 되면 교회에 각종 회의 귀신들이 출몰할 시기이니 조심하라고 하신다. 이게 무슨 말인가? 11월 말 추수감사주일을 은혜롭게 보내고 난 후 성탄절 오기 전에 많은 교회들이 한해를 정리하고 내년을 준비한다. 당회, 구역회, 교인총회, 사무총회, 공동의회 등등의 이름이 붙은 회의들을 한다. 교회도 사람들이 모인 곳인지라 한해의 일을 결산하면서 서로 잘잘못에 대한 책임 공방이 오가기도 하고, 또 신년도 예산편성에 필요이상의 신경을 쓰기도 하고, 교회 안의 중책을 누가 맡을 것이며 새로이 중직에 천거될 사람이 누구인가 하는 문제로 내홍을 겪을 수도 있다. 자칫 잘못하면 은혜와 평안한 마음을 잃어버리고 섭섭함과 냉소적인 마음을 갖기 쉬운 시기가 될 수도 있다는 말씀이다.

  아버님이 우려하시는 그런 일이 없기를 소망하며 기도한다. 하늘 보좌를 버리고 가장 낮은 말구유에 오신 예수님을 기다리는 절기가 아니던가? 하나님이신 그분이 인간의 몸을 입고 이세상에 겸손하신 모습으로 오셨다. 목사들은 성도들에게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하면서 설교하지 않는가. 비행기를 타고가면서 1등칸을 부러워하며 자신의 처지를 원망하는 마음 보다는 화물칸이 아니라 이코노미라도 얻어 타고 갈 수 있음에 감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수능을 마친 수험생이 서울대학교에 입학원서를 제출하고서 수석은 무슨... 붙여만 주신다면야 턱걸이 입학도 감사하겠습니다하는 마음이 우리 모두의 마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이 마음은 곧 자족하는 마음이요, 나는 받을 자격이 없지만 받을 수 있게 하심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내가 전에는 훼방자요 폭행자였지만 주께서 나를 충성되이 여겨주셔서 직분을 맡겨주셨다고 고백하는 바울처럼 어떤 일을 맡겨주시든지 그것이 주님의 일이라면 나는 얼마든지 감사할 수 있다고 고백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연말에 출몰한다는 귀신도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자족하고 감사하는 마음에는 귀신이 틈탈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은퇴하신 장로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것을 들었다.

  은퇴하고 말석에 앉고 보니 전체가 보입디다

  너무나 은혜되는 말씀이었다. 맨 앞, 맨 위는 전체를 통솔하는 자리이다. 그러나 그런 자리만 폼나는 것 아니다. 맨 뒷자리도 있다. 전체는 나를 보지 못해도 나는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자리. 맨 앞에서 이끄는 사람도, 맨 뒤에서 지친 표정으로 따라가는 사람들도 너무나 잘 보이는 자리. 그래서 모두를 위해 기도하게 되는 자리. 하나님은 말석에서 기도하는 사람을 폼나게 보아 주신다. 왜 사람들은 그 자리가 은혜로운 자리라는 것을 은퇴한 후에야 깨닫게 되는 것일까... 여유를 가지고 서둘러야 할 12월이다. 자족과 감사의 마음을 마귀에게 빼앗기는 일이 없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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