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는 서로 닮은 한가지가 있다

듀오 0 5,145 2012.05.09 08:55

“우리 신랑의 취미는 첫 번째 잔소리하기, 두 번째 살림하기, 세 번째는 잔소리하면서 살림하기이에요.”“어머 우리 신랑이랑 어쩜 그렇게 똑같지.

필자와 같은 스트릿에 살고 있는 L씨와는 신랑의 공통된 취미 생활로 동병상련을 느끼며 허물없는 친구로 급속도로 친해지게 되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두 신랑이 학생을 가르치는 직업을 가졌다는 것과 요즈음 중년 남성으로서 부쩍 여성 호르몬이 분비되는 징후들을 보이는 점, 멀쩡히 잘하고 있는 아들들에게 본인들은 학교 다닐 때 사전을 한 장씩 외우면서, 또 눈썹을 밀고 칩거하면서까지 공부했노라고 말한다.

아이들에겐 정신질환으로 경찰에 신고할 수준인 엽기행각들을 본받으라면서 아이들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점 등 너무나 많은 공통점으로 만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떤다.

신랑들의 공통점으로 인해 L씨와 필자간에 비록 동성간이지만 케미스트리(Chemistry)가 생겼기 때문이다. 케미스트리란 원래 남녀간 서로에게 이끌리는 묘한 알쏭달쏭한 화학적 작용이다. 이런 케미스트리는 서로의 공통점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 자연스럽게 생기게 되는 것이다.

케미스트리는 특히 남녀간 만남의 초기 단계에서 매우 중요하게 생각되는 데, 어떤 이는 첫 만남에서 또 어떤 이는 두 세 번의 만남 후에 이를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지난 가을 필자와 상담한 K씨와 L씨는 듀오에 등록하고 처음으로 소개받은 사람과 3개월만에 결혼하게 되었다. 그들은 한국에서 같은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녔으며 부모님이 모두 맞벌이였던 탓에 동보성이란 중국집에서 자주 허기진 배를 채웠던 기억들이 있다.

또 같은 해에 부모들이 미국으로 이민 와서 같은 업종의 비즈니스를 하고 계시며 본인들이 의사란 직업을 택한 동기도 같음을 확인하며 둘은 첫 만남에서 그 신비한 케미스트리를 뿜어내며 운명적인 만남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우리 커플매니저가 할 일은 거의 없다. 있다면 과분하고 죄책감 느낄 정도의 감사인사를 듣는 일 밖에는.

1931년 발표된 김동인의 단편 소설 '발가락이 닮았다'를 보면 주인공 M은 방탕한 생활로 생식 능력을 잃고 32살의 나이로 뒤늦게 결혼, 아내가 아이를 낳게 되었다. 아내의 외도를 뻔히 알면서도 아이가 자기 아이임을 확인하려고 안간힘 쓰면서 닮은 곳을 찾으려 했다.

마침내 그는 아이의 중간 발가락 긴 것이 자기와 닮았다며 환호성을 올리며 자신의 아이가 맞다고 주위에 알리게 된다. 그렇게 억지를 써가면서까지 라도 닮은 점을 찾아내 그 아이와의 친자 관계를 유지하려는 M이 가여웠었다. 그 만큼 우리 인간관계는 그런 공통분모가 중요하다.

요즘 심리학에서는 남녀 관계를 규정하는 데 있어서 과거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에서처럼 남녀간의 차이점에 중점을 두고 관계 개선을 제시하는 데서 벗어나 인간으로서의 공통점에 더 포커스를 두고 연구한다고 한다. 사실 남녀는 서로 다른 점으로 이끌렸다가 이 다른 점으로 갈등을 빚는다.

필자와 신랑도 머리에서 발끝까지 참 많이 틀린다고 생각한다. 내가 추우면 신랑은 덥다 하고 나는 공항에서 부모님과 헤어질 때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나오는데 신랑은 반대로 만날 때 눈물을 훔친다.

심지어는 누가 손가락 점을 봐 준다면서 가장 좋아하는 손가락과 가장 싫어하는 손가락을 말하라고 했다.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나는 검지를 가장 좋아하고 약지를 가장 싫어한다고 했다. 신랑은 역시나 나와 정반대로 말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달라도 너무 다르다며 그것을 신통해하면서 별 생각 없이 살아왔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공통점이 많았으면 좀 더 우리의 결혼생활이 평화롭고 윤택하지 않았을까 싶다. 부부는 닮아가는 거라고. 그래서 누군가 우리에게 너무 닮았다고 하면 나는 화를 냈다.

우리가 피를 나눈 혈연관계도 아니고 더군다나 여성성과 남성성에 대한 모독으로까지 느껴져서 거북했다. 지금 생각하면 덕담으로 받아들였어야 했다.

오늘 당장 집에 가서 나와 신랑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체크해 볼 것이다. 혹시 모른다. 중간 발가락이라도 닮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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