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폭을 좁히는 지역 감정

듀오 0 5,694 2012.04.26 01:32

3월 중순쯤, 한국에서 살고 있는 여동생에게서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언니, 우리 신랑이 이번에 공천이 되어서 국회의원 출마를 하게 되었어”라는 갑작스런 동생의 말에 놀라기도 잠시, 선거운동으로 바빠 4월 미국의 방문이 어려울 것 같다는 그녀의 말에 아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내가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산지도 어느덧 30년이 되었고, 대한민국 선거를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정작 나의 뿌리가 있는 한국이란 땅의 선거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게 살아 온 것이다. 그렇게 무심했던 내가 막상 가족이 출마하게 되었다고 하니 한국 정치에 관심을 갖고 3주 동안 나름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신문을 봐도 본국지를 먼저 보게 되었고, TV의 한국 본국 뉴스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보았다. 그 동안 한국 정치에 무지했던 나를 반성하면서 말이다.

 

언론을 통해 본 한국은 각 당마다, 각 지역마다 후보들이 빨간색, 노란색, 보라색 등의 점퍼를 입고 나와 깨끗한 정치를 실현하겠다며 선거 유세에 한창이었다. 이런 연설을 듣다 보면 대한민국을 세계 최고의 나라로 이끌고자 하는 분들이 어찌나 많은지, 지금과 같은 마음이 사실이라면 차라리 투표하지 말고 후보 모두가 대한민국을 이끌어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선거운동이 끝나고 투표가 있던 날, 나 또한 새벽부터 일어나서 TV를 켜고 결과를 지켜봤다. 얼마나 마음이 조여오던지 답답한 마음으로 사무실에 나와 결과를 기다리고 있자니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동생은 울먹이면서 “언니, 당선되었어”라고 짧게 전했다. 나는 떨고 있는 그녀에게 수고가 많았다는 말과 함께 제부가 깨끗한 정치인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덕담을 해주었다. 기쁜 소식을 뒤로하고 투표결과를 계속 보고 있자니 한국지도의 한쪽은 빨간색, 한쪽은 노란색으로 갈린 도표가 보이는 게 아닌가! 각 지역에서 당선한 의원의 당을 색깔 별로 표시해 놓은 것이었다. 마치 백 년 전, 작은 나라를 고구려, 백제, 신라로 나눈 것처럼 지역감정이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뚜렷하게 남아 있다는 생각에 씁쓸함이 밀려왔다.

 

가끔 커플매니저 생활을 하면서도 선거와 마찬가지의 지역감정을 경험한다. 어떤 부모는 특정 지역을 피하고 싶다고 노골적으로 요구하기도 한다. 소개하는 여성이 현모양처에 음식을 매우 잘하는 가정적인 사람이라 장점을 어필해도 소용이 없다. 남자도 마찬가지이다. 마음이 생활력이 강하고 부지런하며 마음이 따뜻한 남자라고 해도 특정 지역의 사람이라면 절대 싫다고 단정 짓는다

 

그러나 나는 지역적 감정을 지우고 좋은 사람이 있다면 적극 소개를 받으라고 권하고 있다.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아직도 지역으로 나눠 사람을 만나려고 하는 걸까? 특히나 미국이라는 타국에서는 원하는 인연 만나기가 더욱 쉽지 않은데 말이다. 한국인과 결혼하고 싶다는 첫 번째 조건,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두 번째 조건, 성격이 잘 맞았으면 한다는 세 번째 조건에 ‘지역’이라는 조건까지 더한다면 아무리 땅이 넓고 사람이 많아도 인연 찾기는 힘들 것이다

 

선거는 축제라고 생각한다. 정기적으로 오는 나라의 축제 말이다. 축제를 제대로 즐기려면 온 국민이 각 지역감정을 없애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의미로의 온 국민이 모두 참여하는 축제가 되기 때문이다. 국민이 더 좋은 사람을 뽑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어야 한다. 후보 각자가 갖고 있는 다양한 공약을 봐도 그렇지 아니 한가. 암묵적으로 우리 스스로가 지역에서 선택해야 하는 당을 정해놓고 투표라는 권리를 제한시켜 놓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한국이 선택이 다양한 큰 나라인지 아니면, 선택의 폭이 좁은 작은 나라인지는 국민이 만드는 것이다.

 

결혼도 그렇다. 자신에게 맞는 사람, 어울리는 사람을 본인이 선택할 권리는 분명 있다. 그러나 좋은 인연을 찾길 바라면서 스스로 선택의 폭을 좁히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 보길 바란다. 사람이 기준이 아닌 그가 태어난 땅, 사회적 조건 등에 너무 가치를 두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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