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시기?

듀오 0 4,388 2012.04.05 05:28

지난 금요일 오후 멀리 샌프란에서 필자를 찾아 온 35세의 L씨는 여성들이 선호할 좋은 학벌, 고액의 연봉, 훌륭한 부모님, 거기다 눈부실 정도의 준수한 외모까지 갖춘 꽃미남이었다.

일본의 경제 평론가 모리나가가 주장하는 바에 의하면 잘 생긴 남자로부터는 '꽃미남세'를 거두고 못 생긴 남자들은 세금을 내려 부자로 만들어 꽃미남이 여자들을 독차지 하는 걸 막아 결혼을 증가시켜야 한다고 한다.

L씨는 상위 1%에 드는 그런 제도의 희생양이 될 만큼 보기 드문 미남형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완벽한 외적 조건을 갖춘 그도 여느 서른 살이 넘는 소위 노총각•노처녀처럼 사랑 자체에 대해 매우 냉소적이고 비관적인 마음을 갖고 있었다.

이제 자기한테는 20대의 열정적인 사랑은 다시 찾아오지 않을 것이고 몇 번의 헤어짐에서 오는 상처를 맛본 뒤에는 마음의 문을 닫고 직장 일에 미쳐 있었다. 이제는 나이도 있고 결혼을 더 미룰 수 없어서 필자를 찾아왔고 사랑 없이도 결혼할 수 있을 거라 했다.

필자는 이 세상에서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고귀한 감정인 남녀간의 사랑을 포기한 사람과 상담할 때 가장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사랑을 한 번이라도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의하리라.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답게 느껴지고 보기만 해도 생각만해도 구름 위를 걷는 듯한 환상적인 행복감, 충만감, 일치감은 비록 일순간이었다 하더라도 불행한 결과로 끝났다고 하더라도 평생의 떨어지지 않는 양식이 된다는 것을 .

L씨는 35세란 나이에는 사랑이 찾아 올 수 있는 나이가 아니라고 체념하고 있다. 이렇게 닫힌 마음으로는 아무리 좋은 사람을 만나도 사랑할 수 없고 결혼은 더 더욱 불가능하다고 본다. 사랑을 할 수 없는 나이는 없다.

필자가 알고 있는 플러싱의 어느 '노치원(노인이 다니는 유치원)'에 다니는 92세의 할머니는 몇 달 전부터 노치원 나가는 일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그 곳에서 만난 96세의 할아버지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뒤뜰에서 담배를 피시면서 수심에 가득한 할머니를 보고 손녀가 걱정스러워 물었다. 며칠째 그 애인 할아버지가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왜’라고 묻는 손녀에게 할머니는 다시 한 번 담배 연기를 길게 하늘로 날려보내며 “몰러, 뒈졌나벼” 하셨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철없는 우리들은 눈물 나도록 웃었다. 한참을 웃고 나서야 비록 무심한 듯 내 뱉으신 말씀이셨지만 20대의 뜨거운 열정보다 더 진중한 92세식의 애절한 사랑의 표현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사랑은 아무나 한다. 그리고 아무 때나 한다. 인간의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사랑의 감정은 죽지 않는다. 임종의 순간에도 사랑하는 사람의 배웅을 받는 사람은 행복하게 눈을 감는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나와 타인에 대해서도 관대해지고 누구나 사랑할 마음의 문을 열어 놓고 있게 된다.

20대 때 했던 불 같은 사랑과는 또 색다른 색깔의 열정적이고 안정적인 사랑을 하게 된다. 20대 때의 몇 번의 경험으로 이제는 상대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포기해야 하는지, 완벽한 이상형은 없으며 다만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에서 행복과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된다.

30대. 진정한 사랑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 나이다. 자신의 꼭꼭 닫혀 있는 마음의 문을 열고 지난날의 상처에서 벗어나기만 한다면 사랑하기 더없이 좋은 나이다.

내 마음의 창을 열고 밖을 내다 보아라. 우리 곁에 기어이 봄은 오고야 말았다. 아무리 겨울이 혹독하고 지난했다 하더라도 오는 봄을 막을 수 없는 자연의 이치처럼 봄과 함께 오는 사랑의 기운을 막을 힘이 우리에겐 없다.

이 봄이 다 가기 전에 사랑하자. 사랑할 사람 천지다. 아름다운 사람 천지다. 아름다운 사람이 사랑하는 것이 아니고 사랑하는 사람이 아름답다고 하였다. 불행한 사랑의 결말이 오더라도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

L씨에게 사랑의 본질에 대한 책 몇 권을 소개했다. 또 다가오는 3월 14일 남자가 여자에게 사탕으로 사랑 고백을 하는 날에는 하얀 마시멜로로 연인과 기쁨도 나누고 부담 없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듀오의 '해피 아워(Happy Hour)' 모임에도 참가해 볼 것을 권했다.

그리고 1달 뒤 다시 보기로 하고 상담을 끝맺었다. 필자는 확신한다. 한 달 뒤에는 분명히 지난 번의 마음의 병을 안고 있는 생명력을 잃은 꽃미남이 아닌 모든 여성이 환호할 찬란한 꽃미남이 되어 필자에게 나타나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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